내일은 5월 15일, 스승의 날이란다. 그래, 현재 혹은 옛 은사님에게 1년에 한번 쯤이라도 자신을 이끌어 주신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생각해 보는 그런 날이다. 원래 이 날의 의미를 새겨보면 정말로 의미있고 순수한 그런 날이라 하겠다. 실제로 내가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이날에 대해서 뭐라고 왈가 왈부 하지 않았고, 부작용은 있었겠지만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면서 이날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처음 교사라는 직업에 발을 들려 놓게 된 것도, 바로 이날 TV특집 영화로 방영했었던 'To Sir with Love'나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은 영화를 보고서 였다. 그러니 스승의 날은 어쩌면 나를 교사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날은 나에게는 정말로 <개같은 날>, <억수로 재수 없는 날>, <1년중 꼭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날>로 생각되게 되었다.
1년 365일에서 어찌 내가 맘이 않든다고 날이 없어질까? 금년에도 어김없이 그날이 왔다. 학교에서는 그 행사 자체를 없앴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내일은 다른 행사로 교외 활동이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침 7시 40분에 교실에 들어 갔더니 교탁 주변은 풍선으로 가득했고 교탁 위에는 커다란 케익에 불이 켜 있었다 .
칠판에는 온갖 욕설이 써 있었다.-애교로 봐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그냥 시큰둥 하게 불을 끄고 케익을 잘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일부는 교무실로 가지고 왔다. 모든 반이 아침 혹은 종례시간에 이런 비슷한 행사를 치뤘다. Teacher로서 이런 행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정말 형식적인 그런 행사 말이다. 어쩌면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날을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요즈음 뉴스에는 매년 그런것 처럼 교사와 관련된 온갖 악성 뉴스로 가득하다. 그 의도 뻔하지만, 누가 촌지 받는다고 했나? 줘도 돌려준다. 누가 3만원 이상의 선물 받고 싶다고 말했던가? 정말 싫은거 택배로 보낸다. 아주 정중하게 거절 해도 그런다. 그리고 온갖 욕을 해댄다. 받았다고. 그러니 개같은 날이다. 오늘 그럭저럭 그날을 치루었으니 앞으로 365일은 편하겠다. 그러니 감사해야겠다. 내일부터는 그냥 그렇게 아이들과 생활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세상이여 촌지 막 드려라. 선물도 많이 가져다 드리고... 하지만 학교 샘은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냅뒀으면 좋겠다. 마음 편하게.... 그리고 그런건 사교육 스승님들께 정중히 감사하는 마음으로(저도 그랬걸랑요! ㅋㅋ) 드렸으면 좋겠다. 사교육에서의 서비스가 공교육에서의 그것보다 더 질 좋고 친절하다니까... 집에 막 와보니 또 웃기는 뉴스가 나온다. 뭐 즐기는 행사를 한다나?... 정말 웃겨. 저런 뉴스 내보내는 의도는 또 뭔가????
스승의 날이 슬퍼서 한마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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